동그란 숨

동그란 숨
조기주

2020. 6. 10. - 7. 20.

조기주는 예술을 통해서
우주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계속하며
생명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그 흔적이 나타내는 의미를 찾고 있다.

나는 최근 제작한 시멘트 작품들을
‘스테인드시멘트’라 부른다.

이는 2008년부터 진행해온
<The Stains of Life>시리즈의 연장선으로
버려짐 대신에 남겨짐으로 이야기되는
작업이며 다양한 흔적과 여러 재료들의
어울림을 담아낸 시멘트 연작이다.

오랜 기간 천착하여 온 원(圓/ circle),
거대한 우주와 순환, 생명의 의미를 가진
자궁은 ‘스테인드시멘트’ 작업 안에서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한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시멘트는
나의 독특한 화법 ‘여성의 연금술’을 거쳐
삶의 흔적이 입혀지고 의미가 부여되는
‘스테인드시멘트’로 발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져
버려지고 사라져야만 했던
오랜 시간의 파편들이
예술 작품으로 거듭나는데,
이는 나에게 upcycling (업사이클링-새활용)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지속적인 순환, 우연과 필연을 모두
포용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시멘트가
갖는 유구한 역사 속 활용과 생명성,
물질 자체의 순환적 패턴과 연결되어진다.
 
따라서 시멘트라는 재료는
 ‘생명의 순환’을 위한 물질,

삶의 흔적에
동그란 숨을 불어넣는 존재
라는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번 작업은 화면 위에 숨쉬는 흔적을
만들어내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패널 내부에 매립한 철망이
전면에 드러나도록 제작한 근작은, 
철망의 그리드(grid)를
깊은 속에 은폐하지 않는다.
이는 타의적 의미 부여에서 벗어나
내재적 가치 발현을 나타내고자 하는
노력의 시각화이다.

 

이렇듯 나는 다양한 재료와 매체를 다루며,
끊임없는 주제에 대한 탐구로 연금술과
추상의 포용이 드러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상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생물학적 존재인 나는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생명과
물리적 우주를 창조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다양한 물질과 삶의 흔적들이
서로 어울리며 새로운 생명력을
만들어 가기를 바란다.



- 작가노트 中 -